플레이하기에 앞서
나는 개인적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좋아한다.
그래서 공포 영화나, 무서운 이야기, 괴담을 자주 찾아보는 편이다.
하지만 점프 스퀘어, 흔히 말하는 갑툭튀나
괴물이 쫓아오는 아오오니, 몬스트럼 같은 연출은 싫어한다.
그건 너무 심장만 아프다.
내가 좋아하는 공포는 심리적인 공포
평범한 일상이, 조금씩, 조금씩 뒤틀려가면서 생겨나는 위화감, 오싹함
그런 공포를 좋아한다.
나폴리탄 괴담이나, 한때 유행했던 두근두근 문예부와 같은 느낌 말이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공포 게임은 심리적 공포보다는,
직접적으로 놀래키는 데에 초점을 두는 게 많다.
그리고, 놀래키는 연출이 약간 정형화가 되어있다.
- 기괴하거나 소름끼치는 장소에서 요상한 퍼즐을 풀게 시키거나
- 어둡고 으스스한 장소에서 개미 똥구멍만큼 비춰주는 손전등 하나 주고 탈출을 시키거나
보통 이 두개로 시작해서
중반 정도 진행할때까지 계속 조이기만 하다가
이제 슬슬 나오려나? 할 때쯤 진짜 괴물이 나타나서 플레이어랑 숨바꼭질을 시킨다.
이런 게임이, 만드는 난이도에 비해 플레이어가 받는 공포감이 가성비(?)가 좋아서
요즘에 많이 제작되고 있긴 한데...
나에게는 너무 무섭기도 하고, 딱히 스토리적으로도 와닿는 게 없어서 멀리하게 된다.
그렇게 좋아하는 심리적 공포를 초점에 둔 게임이 요즘에는 많이 없어 아쉬워하던 때에,
우연히 평소 재밌게 보던 유튜버가 이 게임을 하는 걸 보게 되었고,
분위기가 그동안 내가 애타게 찾아왔던 바로 심리적으로 조여가는 느낌이어서,
직접, 한번 해보게 되었다.
전체적인 감상
내가 게임을 할 때 가장 눈여겨 보는 요소는 연출과 스토리, 이 두개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연출이다.
특히나, 공포게임이라는 장르에선 연출의 중요성이 타 장르의 배가 된다
그냥 스토리고 뭐고, 무서우면 장땡이야.
좋았던 점
1. 좆되는 연출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은 연출이 진짜 좆된다.
좆된다는 게, 좆나게 무섭다는 뜻이 아니라
존나 신박해. 조여 오는 느낌이 미치도록 신선하다.
일기장을 넘기고, 각종 새로운 방식들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사람의 숨통을 아주 서서히 조여 온다.
무대도 계속해서 바꾸고, 심지어 그 바꾸는 연출도 새롭고 오싹하다.
직전 페이지에서 언급하는 '그년'이 스테이시인가 생각하게끔 만들다가, 다음 페이지에서 도시에서 온 전학생이라고 서술하기 시작하면서 이상함을 느끼게 하는 연출이 일품. -나무위키-
2. 깔끔한 스토리
동시에, 스토리도 아주 깔끔하다.
보통의 공포게임은 엔딩을 보고 난 후에도 엄청 무섭긴 했는데... 이게 뭔 이야기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러브, 샘은 애초부터 일기장을 넘겨 가는 스토리 텔링형 공포이기 때문에,
공포와 동시에 스토리를 즐기는 재미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높게 평가할 요소였다.
물론, 그렇다고 스토리가 막 엄청 대단하고, 엄청 기가 막히고 소름 돋고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별거 없더라도 "깔끔한"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왜냐하면, 별것 아닌 이야기여도 그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능력도 없으면서,
이것 저것 똥만 싸지르다가 하나도 못 치우고 끝내는 이야기가 태반이다.
기본에 충실한, 겉멋따윈 들지 않은, 그렇기에 더욱 보기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쉬웠던 점
1. 약간 아쉬운 엔딩
물론, 내 취향이라는 것을 빼고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본다면
엔딩이 약간 부족하고, 뭔가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뭔가 임팩트 있게 꽝! 하고 찍어 누르는 게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
칵테일 맛있게 잘 만들어 놓고서, 마지막에 데코 우산 그거 하나 딱 안 올린 느낌.
그래도 "칵테일 맛있게 잘 만들어 놓고서" ← 가장 중요한 건 잘했으니까
엔딩이 아쉬운게 이 게임을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토리와 게임성이 맛있게 든든하고,
공포가 절묘하게 매콤한
아주 맛있는 한 끼의 식사 같은 게임이었다.
한줄평
심리적인 공포감을 일기장에 싸서 먹으면 의외로 맛있다 ( 7.0 )
'2023 저장고 >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A] 8번출구(8番出口) : 재미있게 오싹오싹 (0) | 2023.12.14 |
---|---|
[B] 레이어스 오브 피어 (layers of fear) / 뒤돌아 본다는 것에 대한 공포 (0) | 2023.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