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전생했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후 며칠 간, 평범한 학생을 연기하며 지금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했다. 그리고 난, 지금 자신이 단순한 타임 슬립을 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내가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나 사건이 전부 바뀌어버린 세계’ 에 떨어졌다. 먼저, 비트코인과 테슬라와 같은 투자 관련한 정보들은, 기업들의 이름이 전부 내가 원래 살았던 세계과는 바뀌어 있었다. 물론, 가상 화폐나 전기차는 여전히 이 세계에 존재하긴 했지만, 가상 화폐는 어찌 된 일인지 아직 2015년인데도 값이 미친듯이 올라 있었고, 전기차는 개발하는 회사가 너무 많아서 주가가 오른다고 확신할 수 있는 회사를 특정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
나는 아주 오랜만에 중학교 시절 살았던 아파트로 왔다. 그것도 중학교 2학년의 몸으로.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해서 지금이 2016년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이곳은 더 이상 우리 집이 아니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아파트는 내가 5살부터 계속 살아왔던, 나에게 ‘집’ 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다. 항상 똑같았던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꺼져있는 불, 거실에 가자 창문으로 들어오는 밝은 낮의 햇빛이 안을 따뜻하고게 비추고 있었고, 그 빛은 이 공간이 혼자 있기엔 얼마나 쓸데없이 넓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듯 했다. 집 안은 숨막히게 조용했고, 벽에 걸린 원형 시계의 초침소리가 살며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런 거실을 바라보고 ..
초등학교 때, 나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농구 만화를 본 적이 있었다. 예쁜 농구부의 매니저를 보고 반해 농구부에 들어간 주인공은, 농구를 난생 처음 해보는 데도 불구하고 농구부 주장과의 대결에서 그 재능을 인정받게 되며 시작되는 전형적인 소년만화스러운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걸 재미있게 본 나는, 바로 다음 주에 학교 방과후 농구교실에 등록했다. 예쁜 매니저, 숨겨진 재능이란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간 농구 교실은, 바로 첫 수업부터 나를 실망시켰다. 예쁜 누나는 커녕 온통 남자들 뿐인 체육관, 열정의 주장은 커녕 의욕 따윈 없어 보이는 아저씨 선생님. 그리고 처음 만져본 농구공은 튀기는 족족 이상한 곳으로 튕겨 가, 나는 수업 시간 내내 드리블은 커녕 이상한 대로 튀겨서 굴러가는 농구공을 주우러 뛰어 다닐 ..
난 병신이다. 나는 언제나 도망치기만 해 왔다. 내가 정말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 이번에야 말로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은 몇 번의 실패 후에 내 마음 속에서 사라졌다. 그럴 때 마다 병신같은 나는, 내 자신에게 한심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생각해 보니 나하고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자세히 보니까 이러이러한 단점들이 있다고. 수많은 장점 사이에 있는 작은 단점 하나를 너 이녀석 잘 걸렸다는 마음으로 찾아 내어, 그걸 핑계로 매번 쉽게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그걸 반복하다 보니, 나는 스물 다섯이 되어 있었다. 나는 지금 지방에 있는 한 지잡대를 다니고 있다.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일년 전에 휴학을 했고, 군대는 가기 싫어서 계속 미뤘다. 학교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월 수 금 야간 파트를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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